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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만들어진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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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ogueMaster 작성일16-06-21 19:55 조회5,1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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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만들어진 개들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사람들에게 팔기 위한 강아지를 ‘생산’하는 곳이다. 좁은 철창에 갇힌 채 발정 유도제를 맞아가며 신음하는 어미개들.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강아지들이 모두 여기에서 왔다.

  • WRITER 전채은(동물단체 케어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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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필자는 경기도의 한 번식장을 현장 조사한 적이 있다. 비닐하우스 내에 작은 케이지들이 빼곡히 쌓여 있는 곳이었다. 배설물 처리를 위해 바닥이 숭숭 뚫려 있는 전형 적인 ‘뜬장’. 그리고 그 비좁은 공간에 갇힌 개들. 개들은 평생 그 안에서 새끼를 낳는 기계처럼 사는 것이다. 바닥에는 배설물이 잔뜩 쌓여 있고 악취도 심했다. 비닐하우스 안은 채광이 잘되지 않아 매 우 어두웠고 통풍도 원활하지 않아 먼지가 공기 중에 둥둥 떠다녔다. 문제는 환경만이 아니다. 법적 제한의 부재. 개를 무리하게 번식시키는 일은 현재 어떤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병이 든 개가 제 대로 치료를 받는지도 알 길이 없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할 정도로 노쇠해진 ‘강아지 낳는 기계’ 들은 결국 그 상태 그대로 방치되다 죽거나 도축용으로 팔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01 입양하기 좋은 시기가 따로 있나요?

19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애견 산업은 급속한 도시화 그리고 핵가족으로의 전환과 연관이 있다. 농촌 문화를 배경으로 한 대가족 사회에서 개는 마당에서 잔반을 처리하거나 집을 지키는 반가축 형태로 존재했다. 그러다 공동주택이 증가하면서 개들은 집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과 한 생 활 공간을 공유하게 됐다. 이른바 반려동물 문화의 시작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문화의 부흥은 버려 지거나 학대받는 동물의 증가로 이어졌다. 현재 애견 산업의 규모는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 정된다.

동물단체는 동물 학대 사건이 나날이 늘어나고 유기견이 거리로 쏟아지게 된 중요한 원인을 애견산업의 무분별한 확대에 있다고 본다. 동물단체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전국의 강아지 공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에 번식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2010년 동 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만들어진 판매업에 대한 등록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부 는 산업계와 생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번식장에 대한 등록을 신고제로 바꾸었다. 그러나 신고율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번식장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규제가 낮아진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행정 지도도 미흡한 것이다.

동물 보호소에서 개를 입양하는 일

미국의 경우 약 1만 개의 강아지 공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무부에 등록된 시설에서 사육 되는 개들은 약 17만2000마리이다.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서 팔리는 개는 200만 마리 정도이며, 300만 마리 정도의 개들은 매년 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된다. 미국이 서구 여러 나라와 비교할 때 강아지 공장의 문제가 유독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토가 넓어 사육장의 존재가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 논리 자체가 보호되는 국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유럽은 강아지 공장 문제를 비롯한 애견 문화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이 철저하게 이루 어진다. 영국의 경우 대도시에 애견 숍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를 입양하고 싶은 사람은 동물 보호소 에 가거나 이른바 브리더(breeder)에게 연락해 직접 구매한다. 독일의 경우 각 지역마다 자원봉사자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 그들은 지역 유기 동물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견들을 일반 시민에게 소개하 거나 입양을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개를 입양하려면 동물 보호소로 찾아가고, 입양이 확 정되어도 바로 집으로 데려오지 못한다. 동물을 시에 등록해야 하고 훈련도 받아야 한다. 유럽의 개들은 동물이기 이전에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다. 완벽한 사회화를 거치지 않으면 쉽게 방치되거나 버려지게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또한 동물을 등록한 시민들은 모두 세금을 낸다. 개 역시 시민이고 사회의 구성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독일 유기견 보호소의 안락사율이 0%를 달성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시민 의식이 있어 가능했다.

개는 엄연한 생물이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동물 각 개체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동물 복지의 원칙이라면 개라는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생명의 삶 전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많이 기르면 많이 버려진다. 제대로 잘 기르는 법을 몰라서, 기르는 일 자체를 감당하지 못해서 버리 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번식업을 규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생명의 탄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그 탄생은 각 개체의 건강과 행복을 전제로 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평생 좁은 철장에 갇혀 아기를 낳고 또 낳고, 아기를 낳으면 다시 빼앗기고…. 그런 존재가 우리 사회에 있다. 오죽하면 ‘농장’도 아니라 ‘공장’이라는 명칭이 생겼을까. 생명은 공장의 물건처럼 찍어낼 수 없다. 모성의 아름 다움을 안다면 우리는 그가 비록 인간이 아니라 하더라도 존중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동물을 존 중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보다 동물을 더 사랑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이용해온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인간의 통제 하에 살고 있다. 그들의 삶을, 행복을 우리가 책임져야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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