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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푸른 고양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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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ogueMaster 작성일16-08-10 11:00 조회5,6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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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푸른 고양이 마을

단언컨대 모로코는 최고의 고양이 여행지다. 바로 그 점이 나를 모로코로 이끌었다. 의심 한 점 없이 나는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갔고, 16일에 걸친 고양이 여행길에 올랐다.

WRITERLEE YONGHAN (시인, 고양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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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가장 혹독한 나라 대한민국을 떠나보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우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기대해도 좋다. 이를테면 사람과 고양이가 행복하게 어우러진 풍경! 특히 고양이의 천국이라 불리는 모로코에서는 어느 도시를 가든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단연 셰프샤우엔(Chefchaouen)이다.

사실 셰프샤우엔은 우리에게 친숙한 지명이 아니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이곳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힐링 플레이스’로 통한다. <론리 플래닛> 은 셰프샤우엔을 일컬어 모로코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로 꼽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이곳에 다양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기 시작했다. ‘스머프 마을, 동화 속 마을,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마을, 파란 마을, 시간이 멈춘 마을…’ 등. 셰프샤우엔의 이름은 ‘염소의 뿔을 보아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마을 뒷산이 염소의 두 뿔(chouoa)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메디나(구시가)의 모든 집이 파란색(인디고 블루, 터키 블루, 스모키 블루 등 다양한 푸른색이 공존한다)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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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는 풍경

모로코에서는 지역과 인종에 따라 자신들을 상징하는 빛깔을 지니고 있다. 가령 마라케시는 붉은 계통, 페스는 황토색, 셰프샤우엔과 라바트는 파란색, 물론 탕헤르처럼 다양한 빛깔이 한 도시에 혼재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다. 사실 셰프샤우엔이 나에게 특별했던 건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고양이! 이곳의 고양이는 어디에 있건 그림과도 같다. 바다색 벽면을 배경으로 계단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하늘색 대문 앞에 앉아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 젤라바(모로코 전통 의상)를 입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소곳이 앉아 먼 산을 응시하는 고양이,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인 골목에서 파란집 창문을 향해 먹이를 달라고 냐앙냐앙 보채는 고양이, 고양이끼리 서로 어울려 장난을 치거나 서로 엉켜 잠을 자는 고양이까지….

하늘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새근새근 천사처럼 잠든 고양이를 상상해보라. 무엇보다 이 모든 풍경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거다. 셰프샤우엔에 도착한 첫날은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비 오는 셰프샤우엔 골목을 걷자니 정말 바닷속을 천천히 유영하는 것만 같았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첫새벽인데도 어떤 여행자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그리고 여행자가 떠나는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골목의 고양이 한 마리. 이것이 내가 셰프샤우엔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의 풍경이다. 어느 골목이나 푸른색이 가득했고, 그 푸른색과 어울리는 고양이들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조차 파랗게 울려퍼졌다. 한 골목을 지날 때 유난히 푸르게 울려 퍼지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잠시 후 골목 끝의 아치형 문을 넘어 중년의 아저씨와 젖소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칼을 든 아저씨의 손에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무슨 양고기인지 염소고기인지 모를 부속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셰프샤우엔은 양가죽이나 양털, 캐시미어를 이용한 가죽과 직물공예로도 유명한 곳이다). 고양이는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달라며 계속해서 뒤따라오며 야옹거렸다. 아저씨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갔고, 고양이는 여전히 대문 앞에서 냐앙냐앙 울었다. 잠시 후 대문이 열리고 다시 아저씨가 나왔다. 한줌의 고기를 손에 들고 나타난 그는 고양이에게 그것을 한 점씩 던져주었다. 고양이는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녀석은 금세 파란 골목 한복판에서 느긋하게 그루밍을 시작하더니, 사람이 지나가도 비켜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고양이를 비켜가곤 했다. 골목과 벽면의 파란색이 고양이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파란색으로 인해 고양이는 더 돋보였고, 고양이로 인해 파란 골목에는 생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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